연재 · 미술기행

거장을 보는 또 하나의 눈

피카소 meets 폴 스미스 · 도쿄 국립신미술관 전시 리뷰

명랑사회연구소 · 2026년 7월 · 월간 「명랑사회」 VOL.02

연재 · 명랑한 미술관 — 근거로 말하는 연구소가, 작품 앞에서는 한 사람의 관람자로 쓰는 글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알았다. 이번에 보러 온 것은 피카소만이 아니라는 것을.

하늘색 벽의 긴 복도에 노란 문틀이 리듬처럼 박혀 있었다. 관람객들은 그림보다 먼저 그 색의 리듬 속을 걸었다. 파리 국립피카소미술관의 소장품 약 80점을, 영국 디자이너 폴 스미스가 공간째로 다시 디자인한 전시 — 「피카소 meets 폴 스미스: 유희심의 모험으로」다. 피카소의 초기부터 만년까지를 느슨한 연대기로 따라가되, 방마다 폴 스미스의 색과 위트가 개입한다.

그 개입은 장식이 아니라 해석이었다. 어릿광대로 분한 아들 파울로의 초상은 어릿광대의 의상 무늬 그대로인 노랑-하늘색 다이아몬드 벽 위에 걸려 있었다. 그림이 벽으로 번져 나온 것인지, 벽이 그림 속으로 들어간 것인지. 투우 연작의 방은 통째로 투우장의 빨강이었고, 마리테레즈를 그린 시기의 방은 폴 스미스의 서명과도 같은 스트라이프로 덮여 있었다 — 1930년대에 이미 줄무늬로 연인들을 그렸던 피카소에게 보내는, 줄무늬 디자이너의 답장 같았다.

가장 오래 서 있었던 방은 두 곳이다. 발로리스 시기의 도자기들은 하얀 접시 수십 장이 격자로 박힌 벽 위에 드문드문 놓여 있었다. 수천 점을 구웠다는 노년의 왕성함이, 빈 접시들의 여백 때문에 오히려 더 크게 들렸다. 그리고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을 해체한 연작의 방 — 바닥까지 풀밭의 초록이었다. 원작을 27번이나 다시 그린 피카소의 집요함 위에, 방 하나를 통째로 초원으로 만들어버리는 디자이너의 응수.

마지막 방에서는 피카소의 전시 포스터 수백 장이 벽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1901년 파리의 첫 개인전부터 1970년 아비뇽까지. 그 물량 앞에서 문득, 이 전시의 진짜 주제가 보였다. 우리는 피카소를 '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피카소라는 '이미지'를 학습해 온 것인가. 보더셔츠를 입은 백발의 사내라는 그 익숙한 상(像)조차 전후 보도사진이 만든 편집물이었다는 것을, 이 전시는 사진 벽과 종이 조각 천장으로 유쾌하게 폭로한다.

거장의 작품은 자주 '원본 그대로'라는 경건함 속에 전시된다. 폴 스미스는 반대로 간다 — 경건함을 걷어내고 유희를 입히자, 역설적으로 피카소가 평생 해 온 일이 선명해진다. 자전거 안장으로 소머리를 만들고, 벽지를 캔버스에 붙이고, 접시에 목신을 그려 넣던 사람. 놀이야말로 그의 방법론이었다는 것. 큐레이션이 곧 비평이 될 수 있음을 이 전시만큼 명랑하게 증명하는 사례를 나는 알지 못한다.

데이터로 사회를 읽는 일도 결국 같은 작업인지 모른다. 같은 자료라도 어떤 벽에 거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 보인다. 이번 호 특집에서 폭염을 '날씨'의 벽에서 떼어 '불평등'의 벽에 다시 걸어 본 것처럼.


관람 정보

전시 ピカソ meets ポール・スミス 遊び心の冒険へ
장소 국립신미술관 기획전시실 2E (도쿄 미나토구 롯폰기 7-22-2)
회기 2026.6.10 ~ 9.21 (화요일 휴관 · 8/11은 개관, 8/12 휴관)
시간 10:00~18:00, 금·토 ~20:00 (입장은 폐관 30분 전까지)
관람료 당일 일반 2,400엔 · 대학생 1,400엔 · 고교생 1,000엔 · 중학생 이하 무료
접근 지하철 치요다선 노기자카역 6번 출구 직결

사진: 명랑사회연구소, 2026.6 촬영(촬영 허용 구역) — 폴 스미스의 전시 공간 연출 풍경. 주최: 국립신미술관·파리국립피카소미술관·일본경제신문사 외.

다음 호 예고 — 일본 미술기행 ③ 론 뮤익 (모리미술관, ~9.23). 극사실 조각, 크기가 만드는 정서에 관하여.

연재 「일본 미술기행」 ②. 이 글은 월간 「명랑사회」 VOL.02(2026년 7월호)에 실렸습니다. 본 리뷰의 전시 사진은 저작권 검토에 따라 웹 아티클판에서는 싣지 않습니다.

사회를 명랑하게, 근거로 말합니다

월간 「명랑사회」는 매달 하나의 사회적 질문을 데이터로 풀어냅니다. 새 호가 나오면 이메일로 보내드려요.

무료로 구독하기 → 이 글이 실린 호 보기

다른 아티클

같은 35도, 다른 여름 — 데이터로 읽는 더위 불평등 대기의 전유와 더위 불평등 — 폭염을 분배가 아닌 수탈의 문제로 읽기 '마음'을 묻는 정책에서 '조건'을 묻는 정책으로 — 포기 서사가 가리는 것 — 저출생 정책 칼럼 연구아티클 전체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