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아티클

'마음'을 묻는 정책에서 '조건'을 묻는 정책으로

경제적 조건, 결혼이라는 관문, 그리고 출산의향 — 미혼 청년 12,823명 데이터 분석

명랑사회연구소 · 2026년 6월 · 월간 「명랑사회」 VOL.01

경제적 조건이 미혼 청년의 출산의향에 이르는 경로에 관한 실증 연구

명랑사회연구소 · 월간 「명랑사회」 창간호(VOL.01) 특집 연구


국문초록

본 연구는 저출산 담론을 지배해 온 '포기 서사' — 청년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했다는 해석 — 를 데이터로 검증한다. 「2024년 청년 삶 실태조사」의 미혼 청년 12,823명을 구조방정식 모형(SEM)으로 분석한 결과, 경제적 조건은 출산의향을 직접 끌어올리지 않았다. 객관적 재산의 직접효과는 유의하지 않았고(β=−.005, p=.389), 간접효과가 직접효과의 약 4.7배에 달해 사실상 완전매개에 가까웠다. 돈은 언제나 '결혼'이라는 관문을 경유한다 — 경제적 조건이 결혼을 중요하게 여기게 만들고(태도), 결혼계획을 세우게 하며(행동 의도), 그 계획이 비로소 출산의향으로 이어진다(결혼중요도→결혼계획 β=.480, 결혼계획→출산의향 β=.729). 모형은 출산의향 분산의 약 64%(R²=.637)를 설명했다. 성별 다집단 분석에서는 6개 경로가 유의한 성차를 보였는데, 남성은 결혼계획→출산의향의 '경제·행동 연계'가(남 β=.767 vs 여 β=.691, |CR|=6.79), 여성은 결혼중요도→출산의향의 '가치·의향 연계'가(여 β=.147 vs 남 β=.093, |CR|=3.68) 더 강하게 작동했다. 결론적으로 청년은 출산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나의 일'로 만들 조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며, 정책의 질문은 "어떻게 마음을 돌릴 것인가"에서 "어떤 조건을 갖춰줄 것인가"로 바뀌어야 한다.

주제어: 출산의향, 저출산, 경제적 조건, 직렬매개, 결혼계획, 성별 다집단 분석, 구조방정식


I. 서론 — '포기'라는 말이 가린 진실

합계출산율 0.72. 2023년 한국은 인류가 평시에 기록한 가장 낮은 출산율의 나라가 되었다. 숫자는 손쉬운 해석을 불렀다. "청년이 결혼을, 출산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포기는 마음의 문제이고, 마음은 데이터로 확인해야 한다. 본 연구는 이 통념을 데이터 위에 올려놓는 일에서 시작한다.

반등의 신호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2024년 합계출산율은 0.75로 9년 만에 처음 상승했고, 통계청 「2024년 사회조사」에서 "결혼해야 한다"는 응답은 52.5%로 1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결혼하면 자녀를 가져야 한다"는 응답도 68.4%로 6년 만에 반등했다. '포기'라는 단일한 서사로는 설명되지 않는 흐름이다.

합계출산율 추이, 2015–2024

'15
1.24
'16
1.17
'17
1.05
'18
0.98
'19
0.92
'20
0.84
'21
0.81
'22
0.78
'23
0.72
'24
0.75↗
그림 1. 2024년 0.75는 2015년 이후 첫 반등. 출처: 통계청 「인구동향조사」(2025).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야 한다. 청년은 무엇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갖추지 못한 것은 아닌가. 결혼과 출산을 '나의 일'로 여기게 만드는 조건 — 경제적 기반, 결혼에 대한 가치 인식, 구체적 계획 — 이 조건들이 출산의향으로 전달되는 통로를 따라가 보면, '포기'의 자리에 '경로'가 드러난다.

출산율의 등락보다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청년이 결혼과 출산을 '나의 일'로 여기게 만드는 조건이 실제로 개선되고 있는가.

통념과 어긋나는 지표는 응답 구조에서도 확인된다. 청년이 결혼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꼽은 것은 '필요성을 못 느껴서'가 아니라 '결혼 자금 부족'(31.3%)이었고, 모든 연령층이 가장 효과적인 저출생 대책으로 꼽은 것은 '주거 지원'(33.4%)이었다. 청년의 답은 '마음'이 아니라 '조건'을 가리키고 있었다.

II. 연구 질문과 자료

여기서 연구의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연구 질문 1. 돈과 집 같은 경제적 조건은 출산의향에 직접 작용하는가, 아니면 무언가를 경유해 전달되는가?

연구 질문 2. 그 전달의 통로는 남성과 여성에게 동일한가?

분석 자료는 국무조정실 「2024년 청년 삶 실태조사」의 미혼 청년 12,823명(남 6,627명, 여 6,196명)이다. 층화 2단 집락추출로 수집된 전국 대표 표본이며, 경제적 조건(객관적 재산: ln 재산총액, 주관적 계층 인식)이 결혼중요도(태도)와 향후 결혼계획(행동 의도)을 거쳐 출산의향에 이르는 직렬매개 모형을 구조방정식(SEM)으로 추정했다. 성별 차이는 다집단 분석과 경로계수 차이 검정(Critical Ratio for Differences)으로, 간접효과는 부트스트랩 5,000회 재추출로 검정했다(IBM SPSS 31 · AMOS 31). 분석의 원 출처는 박지민(2026)의 석사학위논문 「경제적 조건이 미혼 청년의 출산의향에 미치는 영향」이다.

III. 결과 ① — 돈은 출산을 '직접' 끌어올리지 않는다

분석의 첫 발견은 명료하다. 경제적 조건은 출산의향에 곧장 작용하지 않는다. 객관적 재산(ln 재산총액)이 출산의향에 미치는 직접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고(β=−.005, p=.389), 주관적 계층 인식의 직접효과도 유의하긴 했으나 크기가 미미했다(β=.013). 돈은 '결혼'이라는 관문을 경유해 단계적으로 전달된다.

직렬매개 경로 모형 — 표준화 경로계수(β)

경제적 조건 결혼 중요도 —.480→ 향후 결혼계획 —.729→ 출산 의향
그림 2. 경제적 조건 → 결혼중요도(태도) → 향후 결혼계획(행동 의도) → 출산의향. 핵심 경로 p<.001.

표 1

경제적 조건이 출산의향에 미치는 직접·간접효과

경로직접효과총간접효과해석
재산총액 → 출산의향−.005 (n.s.).054사실상 완전매개
주관적 계층 → 출산의향.013.061간접이 직접의 약 4.7배

주. 간접효과는 부트스트랩 5,000회 검정. n.s. =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음.

두 변수 모두 간접효과가 직접효과의 약 4.7배였다. 돈은 출산의향을 직접 높이는 것이 아니라, 결혼을 중요하게 여기게 만들고 → 결혼계획을 세우게 하고 → 그 계획이 출산의향으로 이어지는 경로로 작동한다.

모형 안에서 가장 강한 효과는 결혼중요도→결혼계획(β=.480)과 결혼계획→출산의향(β=.729)이었다. 특히 결혼계획과 출산의향의 상관은 r=.790으로, 한국에서 결혼-출산의 제도적 연계가 여전히 얼마나 견고한지를 수치로 보여준다. 출산의향 분산의 약 64%(R²=.637)가 이 모형으로 설명됐다 — 사회과학 횡단연구로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경제적 조건은 출산의향의 원인이지만, 직접적 원인은 아니었다. 그것은 언제나 '결혼'이라는 관문을 경유한다.

IV. 결과 ② — 남성과 여성은 다른 길을 걷는다

같은 경제적 조건이라도, 그것이 출산의향에 이르는 길은 성별로 달랐다. 다집단 분석에서 6개의 핵심 경로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성별 차이를 보였다. 차이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 두 경로를 보자.

성별 표준화 경로계수 비교 — 다집단 분석

결혼계획 → 출산의향 (남 > 여, |CR|=6.79)

남성
.767
여성
.691

결혼중요도 → 출산의향 (여 > 남, |CR|=3.68)

남성
.093
여성
.147
그림 3. |CR|≥1.96 p<.05 · ≥2.58 p<.01 · ≥3.29 p<.001. 자료: 박지민(2026), AMOS 다집단 분석.

남성에서는 결혼계획→출산의향 경로가 더 강했다(남 β=.767 vs 여 β=.691, |CR|=6.79, p<.001). 일단 결혼을 계획하면 그것이 곧장 출산의향으로 이어지는 '경제·행동 연계' 구조다. 반대로 여성에서는 결혼중요도→출산의향의 직접 경로가 더 강했다(여 β=.147 vs 남 β=.093, |CR|=3.68, p<.001) — 결혼을 가치 있게 여기는 태도 자체가 출산의향으로 직결되는 '가치·의향 연계' 구조다.

설명력에서도 비대칭이 드러난다. 출산의향의 설명력은 매우 높지만(R²=.637), 결혼중요도의 설명력은 매우 낮았다(R²=.013). 가치관이 형성되는 단계와 그것이 행동 의도로 전환되는 단계가 서로 다른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는 뜻이다.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닿지 않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

V. 변화의 신호 — 결혼이라는 관문, 그 옆에 난 작은 문

앞 장의 결론은 한국에서 출산이 여전히 결혼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함을 보여줬다(r=.790). 그런데 바로 그 관문 옆에 지금까지 없던 작은 문이 열리고 있다 — 결혼을 경유하지 않는 출산, 비혼출산에 대한 인식의 변화다.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 동의율

전체 2012
22.4%
전체 2024
37.2%
20대 2024
42.8%
그림 4. 전체 22.4%(2012)→37.2%(2024), 20대 30.3%(2014)→42.8%(2024). 출처: 통계청 「사회조사」.

전체 동의율은 2012년 22.4%에서 2024년 37.2%로 올랐고, 20대만 보면 같은 기간 30.3%에서 42.8%로 10년 새 12.5%포인트 뛰었다. 청년의 가족 구성 관념이 '결혼=출산'의 단일 경로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다. 그러나 제도의 현실은 인식을 따라가지 못한다 — 혼인 외 출생아 비율은 한국 2.5%로, OECD 평균 40.2%(프랑스 62.2%, 스웨덴 55.2%, 덴마크 54.2%)와 비교하면 격차가 뚜렷하다(OECD Family Database, 2020).

다만 본 연구의 미시 분석은 '결혼을 경유한 출산' 경로를 검증한 것이며, 비혼출산 의향 자체를 측정하지는 않았다. 결혼-출산 연결고리는 여전히 견고하지만(r=.790), 처음으로 의미 있는 균열이 감지된다.

VI. 결론 및 정책 함의 — '마음'을 묻는 정책에서 '조건'을 묻는 정책으로

본 연구가 데이터로 확인한 것은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된다. 청년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나의 일'로 만들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돈은 출산을 직접 끌어올리지 않았고, 언제나 결혼이라는 관문을 거쳤다. 그 관문을 여는 열쇠는 남성과 여성에게 서로 달랐다.

'포기 서사'의 진짜 비용은, 그것이 우리가 무엇을 보지 않아도 되게 만든다는 데 있다. 문제의 원인을 청년의 '마음'에 두면 정책은 캠페인과 독려로 충분해지고, 그 동안 주거와 고용이라는 단단한 벽은 시야 밖으로 밀려난다. 실제로 모든 연령층이 가장 효과적인 저출생 대책으로 꼽은 것은 '주거 지원'(33.4%)이었다. 답은 이미 나와 있었던 셈이다.

정책적 함의는 세 가지다. 첫째, 단일 접근에서 성별 다층 접근으로. 하나의 정책으로 두 회로를 동시에 켤 수는 없다. 남성에게는 결혼계획을 현실화할 기반(주거·고용)이, 여성에게는 결혼·출산이 삶의 손실이 되지 않는 구조(일·돌봄 양립)가 더 결정적일 수 있다. 둘째, 태도 캠페인에서 조건 정비로. 경제적 조건은 태도와 계획을 거쳐서만 작동하므로, 관문 앞의 문턱(결혼 자금·주거)을 낮추는 것이 경로의 출발점을 여는 일이다. 셋째, 결혼 경유 단일 경로 옆의 작은 문을 다루는 것. 비혼출산을 동등하게 지원하는 제도를 어떻게 설계할지도 이제 함께 물어야 한다.

그러므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어떻게 청년의 마음을 돌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조건을 갖춰줄 것인가"이다. 포기를 탓하는 정책은 청년을 설득하려 들지만, 조건을 묻는 정책은 사회를 바꾸려 든다. 그리고 측정할 수 있어야 바꿀 수 있고, 바꿀 수 있어야 사회는 비로소 명랑해진다.

참고문헌

※ 분석 방법: 구조방정식 모형(SEM)·성별 다집단 분석, IBM SPSS 31 · AMOS 31, 간접효과는 부트스트랩 5,000회 검정. 본문의 그림은 원 분석 결과를 웹용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 글은 월간 「명랑사회」 창간호(2026년 6월호) 특집 보고서와 칼럼을 통합·재구성한 연구 아티클입니다. 분석: 박지민(2026) 석사학위논문, 통계청 「2024 청년 삶 실태조사」·「사회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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